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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 얘기

스팸으로 날아온 멋진 글..

호텔에서...


오후 5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라 그런지 호텔은 새로운 손님들을 맞이하기 위해 분주한 상태였다.

그런데 내 앞에 서 있던 어떤 남자가 호텔직원에게 자신의 이름을 알리는 것부터 명령조의 태도로 일관하였다.

"네, R씨. 손님을 위해 멋진 싱글 방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그러자 사내는 냅다 소리를 질렀다.

"싱글이라고? 난 더블을 주문했단 말야." 그말을 들은 직원을 아주 공손한 어조로 "한번 체크해 보죠, 손님"이라고 대답하더니 파일에서 그의 예약내용을 살펴보았다.

"죄송하지만 손님. 예약자 기록에는 분명 싱글이라고 적혀 있군요. 가능하다면 손님을 더블 방에 모시고 싶습니다만 불행하게도 지금 손님께서 사용할 수 있는 더블 방이 없습니다."

그러나 격분한 사내는 이렇게 말했다.

"그 망할 놈의 종이조각에 뭐라고 적혀 있든 내가 알 바 아니야. 난 더블을 원한단 말야."

그러더니 '너 내가 누군지 알고 이런식으로 대하는 거야'라는 태도로 으름장을 놓으며 소리를 질렀다. "너 이제 해고된 줄 알아. 내가 반드시 널 해고시키고 말겠어."

한바탕 거세게 퍼부은 사내는 마침내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상태에서 다시 한 번 이렇게 소리를 지른 다음, 쿵쾅거리며 호텔 밖으로 나가버렸다.

"이제 여기에서 가장 좋은 방을 내놓는다 하더라도 투숙하지 않겠어. 이렇게 서비스가 엉망인 호텔에선 머물고 싶지 않다고."

그 다음 차례인 나는 온갖 막말을 들은 접수대 직원이 적잖이 흥분했을거라는 생각을 하며 앞으로 다가섰다. 그런데 뜻밖에도 그는 내가 이제껏 들어본 말투 중에서 가장 상냥한 말로

"어서 오십시요, 손님"이라고 말했다.

다소 의아했던 나는 그가 내 방을 알아보는 동안 이렇게 말했다.

"당신이 방금 전 손님을 대하는 방식을 보고 감탄했소. 참으로 자제력이 뛰어난 것 같군요."

"아닙니다, 손님. 저는 그런분들에게 화를 낼 수 없죠. 사실 그분은 저에게 화를 냈던 것이 아닙니다. 전 단지 희생양이었을 뿐이죠. 그 가련한 분은 부인이나 사업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스스로 열등의식을 느끼다가 간만에 큰소리 쳐볼 수 있는 황금 같은 기회를 잡은 것뿐이죠. 전 잠시 그 분에게 기분전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을 뿐입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그에 대해 좀 더 알고 나면 그가 멋진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될지도 모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 처럼 말이죠."

나는 엘리베이트를 향해 걸어가면서 그 직원의 말을 되풀이하여 곱씹어 보았다.

"그를 좀 더 알고 나면 멋진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될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오늘.. 어느 영화의 제목처럼.. 어느 멋진 날이 되시길 바랍니다. ^^




신승훈, 어느 멋진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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