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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_가족사

나에게 나같은 아빠가 있었다면

나에게 나같은 아빠가 있었다면.. 이라고 어제 집으로 돌아오는 차에서 가족들과 이야기를 해보았다. 그 와중에, 나는 나같은 아빠가 있다면 정말 행복할 거라는 말을 했다. 잘 생각해보면, 누구나 자신과 같은 아버지가 있다면 행복하지 않을까? 자신과 생각이 같고, 취미가 같고, 행복해 할만한 껀덕지가 무엇인지가 같을테니 말이다. (범죄자 아저씨들을 생각해 보니.. '누구나'는 아니겠구나..;;)

서영이는 만화가가 되고 싶어한다. 나는 그 꿈을 적극 지지한다. 그런데 내가 만화가가 되고 싶다고 했다면, 우리 아버지는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실제로 말을 건네보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귓방망이 안맞았으면 다행일거다.



지금 우리 애들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한없이 선량하고 착하고 좋은 아빠라고 스스로 생각하지만, 애들 입장에서는 독선적이고 무능하고 책임감 없는 아빠로 여기고 있을지도 모른다.


더 많은 대화가 좋다는 것. 그리고 중요하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서로의 생각이 완벽하게 같을 수는 없다. 서영이는 아직도 왜 자기가 핸드폰으로 차 안에서 10분 이상 게임을 하면 혼나는지 이해를 못하고 있다. 그리고 나와 마누라는 이 점을 아이들 눈높이로 이야기하는 방법을 아직도 모른다. 이것은 상호 이해가 필요한 부분이 아니다. 일방적으로 부모가 맞추어야 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그래서 아이들이니까.



어렸을 때 내 꿈은 선생님이었다. 그러나 머리가 한참 굵어진 후에야 내가 가르치는 것에 소질이 없다는 것을 발견하고, 그 꿈을 자연스레 접었다. 생각해보면 어렸을때 내가 선생님이 되겠다는 것은, 누군가가 꿈이 무엇인지 물어보았기 때문에 만들어진게 아닌가도 싶다. 어쨌든 상당기간 실제로 선생님이 되고 싶기는 했다. 하지만 내가 지금의 서영이의 환경이라면 처음부터 다르게 이야기 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아직도 무엇이라고 대답했을지는 정말로 정말로 모르겠다.


나에게 나같은 아빠가 있었다면.. 지금의 내 모습과는 많이 다른 사람이 되어 있을것 같다. (그다지 반듯하지도 않지만,) 지금처럼 normal한 직장인이 되어 있을 것 같지는 않다. 크게 사회에 반하는 짓은 하지 않았겠지만, 크게 반향을 일으킬 무언가를 찾거나 일으켰을지도 모른다. 내심 내 마음 속에 잠재된 것을 드러내 보면 나도 깜짝깜짝 놀라고는 하니까..


좋은 아빠 되기는 참 어렵다. 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