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부 리포트5] 퇴근길 장보기...

퇴근길에 가족들에게 줄 무언가를 사간다는 건 누구에게나 즐거운 일일 것이다.

더더구나 그게 아빠를 기다리는 아이를 위한 먹을거리라면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나도 예전에는 그런 퇴근길 장보기를 즐기는 편이었다.

빵 한 봉지, 아이스크림 몇 개라도 사들고 들어가는 게

생활의 한 부분이었고

미처 준비를 못한 경우에는 하나 손을 붙잡고

함께 슈퍼에 가 원하는 군것질 한 가지씩은 집게끔 해야

속이 편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게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를 깨달은 후...

나의 습관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물론 가족과 아이의 즐거움을 생각하는 아빠들의 이러한 생활 방식에 대해...

무조건 나쁘다고 폄하하거나 반대할 수만은 없지만...

아빠들의 장보기라는 건 대개 아이들의 건강과는...

정반대로 행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다지 바람직하다고도 할 수 없다.


아빠들의 쇼핑 패턴에는 아직도 가격과 분량에 민감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가격 할인 품목이나 세트 포장 판매 등의 물품을 보면...

자신도 모르게 손이 가게 되는 경우가 다반사고,

아이들의 먹을거리를 살 때도...

성분이나 아이들의 건강을 우선시하기보다는

광고에 나왔거나 아이들에게 달콤함을 선사할 수 있는 종류를 먼저 집어들게 된다.

물론 이러한 쇼핑 스타일은 주변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요새도 가끔 퇴근길에 슈퍼마켓이나 마트에 들르게 되면...

흘끔흘끔 다른 아빠들의 장바구니를 들여다보게 된다.

그곳에서 다른 집 아빠들이 주로 사가는 품목은...

청량음료, 아이스크림, 과자 등이 대부분이다.

국산콩 두부, 해초 무침, 유기농 상추 등을 담은 내 바구니와는...

거리감이 많이 느껴진다.

물론 그 아빠와 내가 집에 돌아가...

아이들로부터 받을 환영의 모습에는 많이 차이가 날 것이다.

기대감에 들떠 봉투를 열어보고는 다소 실망감을 안게 될 우리 아이들,

역시나 자신의 바람을 딱 알아 맞춘...

아빠가 사다준 과자들을 끌어안고 신나할 저 집 아이들...

하지만 잠시의 만족감 때문에...

그릇된 장보기를 반복할 생각은 이제 더 이상 갖고 있지 않다.


물론 나도 아직은 퇴근길에 할인행사 광고를 내건 슈퍼마켓 앞을 지나다 보면...

잠시 머뭇거리게 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럴 때일수록 더욱 과감하게 못 본 척 지나치곤 한다.

괜히 그 앞을 서성이다...

집어들게 되는 실패 사례를 몇 번 겪어봤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달콤한 과자보다는 5분이라도 먼저 들어가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이들에게는 더 행복한 일이라는 소신을 갖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한때 습관처럼 먹을거리를 사들고 들어갈 때에는...

하나도 으레 아빠의 퇴근길에는 자신의 군것질거리가 함께하는 거라 여겼지만...

이제는 아빠의 잘못된 장보기와

하나의 무의식적인 군것질에 대한 기대감은 완전히 고쳐졌다.

아빠가 무엇을 사올까 하는 기대감보다...

아빠가 빨리 들어와서 놀아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는

하나와 효상이의 눈빛을 볼 때마다...

과거의 나의 행동에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아이들에게 결코 도움이 안 되는 물건을 사들기 위해...

1분이라도 슈퍼마켓을 서성인다면...

그것처럼 낭비인 시간과 행동은 없다.

또 그렇게 집어든 유해 간식이 아이들을 병들게 한다면...

그것처럼 어리석은 행동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또 그러한 생활방식이 아이들로 하여금...

잘못된 버릇을 들이게 된다면

두고두고 후유증을 낳을 뿐이다.


왜곡된 사랑은 아이들의 정신과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무관심만 못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하나부 주간 리포트는 귀여운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들에게
1주일에 한 번씩 배송되는 하나부의 어설픈 환경 육아 에세이(?)입니다.  
전문적이지도 못하고, 어거지 같을 수도 있지만...
한 번씩 생각해볼 만한 주제를 다룰 예정이니...
외면은 말아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