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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어느 집에를 가나 한결같이 듣게 되는 한탄이 있다.
그것은 바로 ‘우리 애는 밥을 너무 안 먹어 걱정이야’라는 게 그것이다.
밥을 너무 많이 먹어 걱정인 두 아이를 키우는 내 입장에서는 다소 이해가 안 되는 고민이지만
아이가 있는 집마다 모두가 한 목소리로 고민하는 걸 듣다 보면
‘정말 우리 집 아이들이 비정상일 만큼 잘 먹는 건가?’라고 혼돈될 때도 있다.
그런데 ‘밥을 안 먹는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의 아이에 대한 분석은 한결 같다.
‘우리 애는 원래 밥을 안 먹는 체질이야’
‘입이 고급이라 특별한 걸 해줘야만 먹어’
하지만 그러한 집 아이들을 유심히 살펴보면 나는 항상 다른 결론에 도달하곤 한다.
‘엄마가 아이가 밥을 먹을 때를 미처 기다려 주지 못하는 것 같군.’
‘엄마가 아이가 밥맛을 만들어 주지 못하는 것 같군.’
‘아이들의 입맛을 잘못 길들여 준 것 같군.’
밥을 전혀 안 먹는다는 아이들도 우리 집에서 놀다가 식사 시간이 되면 너무도 맛있게 자신의 음식을 해치운다.
물론 그럴 때마다 그 아이의 엄마는 눈이 휘둥그레지곤 한다.
‘아니, 얘가 오늘은 왜 이러지?’
‘얘가 반찬이 달라져서 그러나?’
하지만 우리 집에서는 특별한 맛을 내는 반찬을 먹이는 것도 아니고,
아이가 그날 따라 유난히 입맛이 당기는 것도 아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햄을 비롯한 인스턴트 식품과는 거리가 먼,
토속적이라 할 만큼 우직한 게 우리 집 식단이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들이 부러워할 만큼 왕성한 식욕을 가진 아이들을 키우는
우리 집의 식사 원칙은 단지...
‘아이가 배고파할 때까지 기다렸다 먹을 것을 주는 것’과
‘아이에게 자극적인 맛을 가진 패스트푸드나 간식을 먹이지 않는다’는 것뿐이다.
그 원칙만 지켜도 아이들이 밥을 안 먹어 고생하는 일은 없다는 게 나의 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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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모습을 또는 주변의 밥 안 먹는 아이들과 엄마를 유심히 살펴보면
대개의 경우 엄마들이 뭔가에 쫓기듯, 의무감에 사로잡힌 듯
아이들에게 먹을 것을 강요하는 걸 종종 보게 된다.
밥숟가락을 들고 아이 앞에 앉아 씨름하는 것을 보면 옆사람까지 덩달아 입맛이 사라지기 일쑤다.
더구나 얼핏 봐도 체중 초과일 만큼 퉁퉁한 아이를 붙잡아 두고
음식을 입에 넣어달라고 사정하는 엄마를 보다보면 짜증까지 치솟는다.
보다 못해 아이가 배고파할 때까지 그냥 기다려보라고 말을 해봐도
‘아이를 어떻게 굶기냐, 도무지 먹은 게 없다’며 막무가내다.
아이들은 미처 밥을 먹을 만큼 배가 고프지 않거나,
엄마가 이미 다른 간식을 먹여 입맛이 없다는 게 명확히 보이는데도 말이다.
물론 유독 밥을 싫어하는 식성을 갖고 태어난 아이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자신의 몸이 상하도록 허기를 못 느끼는 아이란 없을 테고,
요즘 아이들 중에는 꼭 밥이 아니어도
영양공급 자체가 어려운 아이란 많지 않을 텐데도
뭐가 그리 아쉽고 조급한 건지 나로서는 이해하기 힘들다.
아이가 찾는다는 이유로, 영양 보충해야 한다는 이유로
패스트푸드나 간식을 사주거나 먹이고 나면 아이들 입장에서는
배도 부르고, 밥이 맛없게 느껴져 밥을 멀리하는 게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엄마들은 밥은 또 밥대로 먹여야 한다고 극성을 피우니
입맛 잃고 배부른 아이들로서는 짜증내며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아이의 성격을 형성하는 데 결정적인 요소가 가정환경이듯,
아이의 식사 습관과 입맛을 만들어나가는 것 또한
엄마가 제공하는 가정환경이다.
다른 집에 가게 되면 눈만 돌리면, 손만 뻗으면 아이들의 입맛을 유혹하는
달콤한 간식거리들이 너무나 흔하다는 걸 알게 된다.
게다가 그 아이들의 주머니에는 언제라도 직접
패스트푸드와 군것질을 사먹을 수 있는 여유자금까지 두둑하다 보니
그 아이들에게서 식탁에 앉아 맛있게 음식 먹는 모습을 기대한다는 것은
처음부터 힘든 게 아닌가 싶가도 하다.
우리집 하나와 효상이는 다른 집 아이들에 비해
간식이나 군것질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적다.
그만큼 식사 시간이 기다려질 수밖에 없고, 맛있게 식사를 즐기게 되는 것이다.
나는 결코 우리 집 아이들이 유별나게 왕성한 입맛과 식성을 갖고 태어났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조금 더 여유 있게 생각하고 기다릴 줄 아는 우리 집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만들어낸 결과라고 여길 뿐이다.
아이가 병들어 앓고 있다거나, 밥그릇을 뿌리칠 힘조차 없을 만큼
굶주린 상황이 아니라면...
밥숟가락 들고 아이 앞에 버티고 앉아 씨름하는 일을 줄여보자.
그 시간에 주변을 둘러보고 아이 입으로 들어갈 만한 간식을 감추고,
아이의 입맛을 되돌릴 만한 자연식 먹거리 만들기에 노력을 기울여보자.
대부분의 아이들은 입맛이 달라질 것이고,
많은 엄마들이 하루 세 번씩 겪어야만 하는 괴로움도 자연스레 해결될 것이다.
‘세상에 밥 먹기를 싫어하는 아이들이란 결코 없다.
아이들이 밥을 잘 먹을 수 있도록 기다려 주지 못하는 엄마들의 부족한 인내…
그리고 무지한 아빠들의 잘못된 간식 공세가
아이들로 하여금 입맛을 잃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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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부 주간 리포트는 귀여운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들에게
1주일에 한 번씩 배송되는 하나부의 어설픈 육아 에세이(?)입니다.
전문적이지도 못하고, 어거지 같을 수도 있지만...
한 번씩 생각해볼 만한 주제를 다룰 예정이니...
외면은 말아주세요... ^^